
1. 교통사고 직후
출근길에 교통사고가 났다.
그렇게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너무 놀라긴 했지만 사고 당시에 직접 충격이 있었던 손이나 팔 외에 다른 곳은 그렇게까지 아프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차 수리도 해야 됐고 이제는 별 수 없이 '사고차'의 꼬리 표도 붙겠지만, 그래도 적어도 '나'는 일상생활이 가능했으니까.. (그게 하루일 줄은 몰랐지만)
일찍 출근했던 날이라 사고 후 보험 처리를 마치고도 평소와 비슷한 시간 대에 출근을 할 수 있었다. 걷는 데에도 크게 지장이 없었다. 약간 그냥 '오늘은 무리하면 안 되겠다' 정도의 쎄한 느낌? 병원도 물론 다녀왔다. 다행히도 골절은 없었다. 의사 선생님은 자꾸 목이랑 어깨 괜찮냐고 하는데 그쪽은 진짜 아무렇지도 않았다. 팔 아래로가 제일 아팠다.
오후에 병원만 잠시 다녀와서는 그대로 하루에 주어졌던 일상을 무사히 마쳤다. 첫 교통사고에 약간은 벙벙한 기분이었던 것 같다. 뭔가.. 설명하기 어려운데 뭔가 되게 묘하다. 아마 내 몸도 나와 같은 기분이었으리라. '엇.. 나 사고 났는데 움직여도 되나? 내가 사고라니.. 말로만 듣던 교통사고가 나에게.. 약간 몸이 저린 느낌인데 너무 미세해. 기분 탓이야.. 나 안 다쳤어!' 그때는 정말 내 몸의 어디 부분이 충격을 받은 건지 전혀 몰랐다.
나중에 알게 된 건데, 사고가 나면 우리 몸에서 '코티솔'이라는 호르몬을 대량으로 분비한다고 한다. 그래서 근육을 포함한 각 조직으로 스트레스에 저항할 수 있는 에너지를 공급해주기 때문에 당장은 막 아프지 않은 거라고.. 걱정인건, 지속적인 스트레스 자극이 올 경우, 코티솔이 장기간 분비되어 몸의 균형 상실로 근육과 뼈가 손상되고 내분비계 및 면역체계가 망가지게 된다고 해서...
이게 왜 걱정이냐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도 통증이 심한 걸 보니 충분히 지속적인 중인 것 같아서 그렇다.
아무튼 첫 날, 자려고 누웠는데 조금씩 등 쪽이 아프기 시작했다. 허리에도 통증이 생겼다. 이게 무슨 일이지.
다음 날이 되니 통증이 조금 더 쎄다. 날이 흐려서 그런가? 통증은 점점 심해져 목이랑 어깨까지 번졌다.
그동안 교통사고 후유증에 대한 소문만 들었지 실제로 겪게 되니 그게 이거구나 싶다. 내가 기존에 들었던 건, "사고 직후에는 괜찮아도 한 달 뒤에, 심하게는 1년 뒤에 아플 수도 있다" 였는데, 그동안은 '아니 그럼 그게 사고 때문인지 다른 거 때문인지 어떻게 알지?' 대충 이 정도로만 생각해왔다. 물론 지금은 당연히 생각이 바뀌었고.ㅎㅎ 충분히 며칠 뒤, 몇 달 뒤에도 아플 수 있다고 생각한다. 흑흑 난 망했어..
한 번 아프기 시작하니 이제 여기저기 아주 난리가 났다. 통증에 잠도 안 왔다. 자다가도 깨고.. 어떤 자세를 취하냐에 따라서 극심한 통증이 이곳저곳에서 나타났다. 자세를 미세하게 변경해가며 안 아픈 자세를 찾는 게 일이었다. 여기가 아팠다가 저기가 아팠다가.. 너무너무 괴로웠다. (근데 원래 돌아가면서 아픈 게 정상이라고 한다)
2. 교통사고에 대한 고찰
별 걸 다 해본다. 왜 나는 이 상황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가.. 진짜 이게 이렇게까지 아플 일인가? 차가 더 많이 부서졌어야 됐는데 조금만 부서지는 바람에 충격 흡수를 다 내가 한걸까? 그동안 살면서 나는 그 정도의 충격이 전혀 없어왔나? 물론 차는 무게가 엄청나다. 그래도 그렇지 이게 맞냐고.. 도대체 왜 이 정도인 거지?? 영화에서 보면 이 정도로 부딪치는 건 뭐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는데.. 하긴 그것도 다 충돌 직후만 봤으니 나는 그 이후를 모르고 그들 역시 직후라 아픈 지 어떤 지 여부를 잘 모를 수도 있겠다.
아니 그래도 차가 어느 정도 충격 흡수를 했고, 일부 부서졌다. 나는 그냥 그 안에 있었을 뿐인데.. 의자에 미세하게나마 쿠션이 있을거고 그게 크게 도움이 안 된다고 쳐도.. 글쎄 잘 모르겠다. 내가 이 정도면 차 안의 다른 물건들은 다 괜찮은 건가.. 가해자의 건강 상태가 궁금해서 주변에 물어보니(왜냐면 보험사랑만 연락을 해서 가해자의 연락처는 모름) 갑자기 받쳐서 아무 것도 모르고 놀란 피해자의 몸 상태와, 사고가 나는 장면을 슬로 모션으로 목격하며(사고를 내게 되면 그 이후부터 상황이 슬로 모션으로 진행된다고 함) 충격에 대비한 가해자의 몸상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음.. 일리가 있다. 그런가 보다 하기로..
새삼 교통 사고는 무서운 거라는 생각이 든다. 더 심하게 나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걸까. 앞으로 어떤 형태로든 다시는 나고 싶지 않은 마음...
3. 병원 입원
가해자가 어이없게도 대인 접수를 안 했다. 내가 바보 같아 보였나 보다. 사실 사고 난 후에야 대인/대물이 뭔 지 알았으니 대충 어버버하는거 보고 혹시 안 해도 되려나 생각을 가졌나 본데... 진짜 인성 무슨 일 ㅋㅋ?ㅋㅋㅋ?? 사고 당시에는 전혀 몰랐고 병원 가서 접수하다가 이게 대물로만 접수된 번호라는 걸 알게 됨..ㅎㅎ
대인 접수가 안 되어 있을 경우 내가 받는 불이익이 뭐가 있냐고 물어보니, 그 경우에는 비용 지급에 대한 보증이 되지 않기 때문에 입원은 불가하다고 했다. 사실 입원은 원래 생각이 없었다. 나는 할 일도 많고 놀 약속도 많고 또 회사도 다녀야 하니까 통원 치료만으로도 벅찼기 때문에 열은 받았지만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분명히 그랬는데 그 다음 날부터 통증이 여기저기 너무 심하게 오니까 이건 뭐 별 다른 선택권이 없었다. 통증에 점점 움직이기가 어려워졌고 도로는 무섭고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지기 시작해서..
나는 빠른 안정 및 치료를 위해 입원을 결심했고 '면력한방병원'이라는 곳에 갔다. 진료를 받고 시간이 늦어 간단히 추나 정도 받고.. 거의 입원 마지막 단계에서 주의 사항을 듣는데, 코로나에 아직 걸린 적 없다니까 어디 외출하고 들어올 때마다 비급여 12,000원으로 매번 신속항원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아니.. 백신 안 맞았을 때는 그걸로 차별하더니 이제는 코로나 안 걸린 걸로 이런다고?ㅋㅋㅋ 심지어 비급여..? 흠 그래 뭐.. 병원 시설이고 감염병이니 정부 정책이든 병원 정책이든 그걸 철저히 하는 점은 높이 사는데 자가진단키트 하라고 주면서 12,000원이나 왜..... 그런 것과 성향이 맞지 않는 나는 왠지 속이 답답해졌다.ㅎㅎ 또 나야 밖에 안 나가면 그만이지만 병문안 올 사람들한테까지 적용이 될 것 같아서 별 수 없이 입원을 포기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간 곳은 '광덕안정한의원'이다. 이름이 뭐 이래 어렵누.. 체인점이고.. 수건을 비롯해서 샴푸 등의 어메니티가 제공된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식사도 괜찮다고 하고 후기도 엄청 좋고.. 기왕 입원해 있을 거면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곳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주차가 약간 불편(기계식이라 큰 차는 한 200m 거리에 있는 건물에 대야 함, 입원 시 주차가 불가하고 방문자는 2시간 무료)하지만 그게 내가 불편할 건 아니고 그래도 다른 게 좋으니까 그 정도는 넘어갈 수 있었다.

원래 하루를 있더라도 제대로 편하게 있자 주의라 캐리어에 블루투스 스피커랑 땅콩 마사지볼이랑 뭐 이것저것 다 챙겼다가.. 여행 가는 것도 아닌데 좀 오반가 싶어 그냥 좀 큰 숄더백으로 바꾸고 무거운 거 몇 개 뺐더니 집에서 나오자마자 너무 후회함 ㅠㅠㅋㅋㅋ 그냥 캐리어에 챙겨 올 걸.. 허리도 아픈데. 특히 퇴원할 때는 짐이 더 늘어나기 때문에 더더욱 캐리어 강추다. 대신 너무 큰 거는 좀 그럴 수 있으니 대충 적당한 사이즈로..

나는 회복이 더딘 바람에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오래 입원을 했다. 물론 의사 선생님의 생각은 나와 달리 환자분은 지금 엄청 잘 회복되고 있고 원래 일상으로 돌아가려면 8주까지는 걸린다고 했...ㅠㅠ (덕분에 생일을 병원에서 맞이함.. 흑흑)
오래 생활하다 보니 필요한 게 너무너무 많아져서 그중 몇 개는 가족&지인 찬스를 통해 받았다. 희희
3. 입원실
나는 2인실을 혼자 사용했다. 대부분 2인실이고 대부분 혼자 사용하는 듯했다. 같이 들어온 사람들을 제외하고..

침대도 엄청 푹신했다.(허리 아픈 환자에게 이게 좋은 지는 모르겠다만)
티비도 크고..

혹시나 가족들이 걱정할까 봐 병실 여기저기 사진을 찍어서 보냈는데 너무 호텔같이 좋은 곳에 있다면서 마음이 놓인다고 정작 걱정을 너무 안 해서 조금은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ㅎㅎㅎ 나 아픈데..ㅠㅠ

입원 환자의 생활 수칙은 아래와 같다.

글이 너무 길어지니 To be continued..
교통 사고 후의 하루 일과 2 (사고 후에야 알게 된 것들, 교통사고 후유증, 광덕안정한의원 입원)
** 이전에 3까지 정리가 되었으니 그 다음부터 이어 나가겠다. 이전 글 참조 교통 사고 후의 하루 일과 1 (사고 후에야 알게 된 것들, 교통사고 후유증, 광덕안정한의원 입원) 1. 교통사고 직후 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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